18.1월, 벨기에 생활 시작

비올리 - 18.1월, 벨기에 생활 시작

ㅣ 18.1월, 벨기에 생활 시작

루벤에 도착한 저녁, 아시안마켓에서 김치와 한국 라면들을 사서 집으로 왔다.

한가득 짐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자니, 한국 음식 먹겠다고 이러고 있는게 괜시리 짠했다.

오빠는 그동안 얼마나 혼자 외로웠을까 생각하니 더더욱 짠했고.

집에 오자마자 라면을 끓여먹고, 카르푸에 다녀와서 냉장고도 조금 채워넣었다

한번에 정리하고 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갖추어진게 너무 없어서 그냥 자기로 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코감기까지 찾아와 너무 힘들었다.

1년 사이에 몇번째 걸리는 코감기인지. 몸이 왜이렇게 약해진지 모르겠다.

다음날은 일찍 일어나 오빠가 만들어준 스크램블을 먹고, 오빠는 출근을 했다.

나는 감기 기운에 잠이 쏟아져 다시 잠을 잤고, 오빠가 점심시간에 맞춰 올 시간에 일어나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그리곤 까르푸보다 조금 더 먼 델하이즈에 가서 혼자 장을 보았는데 뭔가 어색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괜시리 우울했다. 날씨마저 우울했어. 유럽의 아름다움 따위는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았어.

이 모든게 나의 급한 마음때문이라는걸 안다. 천천히, 정말 천천히 마음먹고 행동해야 하는데. 너무 조급해하면 안되는데.

아파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생강 무지무지 싫어하는데, 오빠가 감기 빨리 나아야 한다며 생각차도 만들어줬다.

정말 먹고 싶지 않았지만 오빠의 정성을 생각해서 오만상을 지으며 먹었지.

유럽은 아보카도가 저렴해서 좋다.

한국 이마트에서 아보카도 두개하려면 거진 만원이 하는데.

바질 페스토를 사려고 했는데 루꼴라 페스토가 보여 바로 사왔다.

좋아하는 루꼴라 페스토와 아보카도를 잔뜩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베이컨도 얹고.

저녁은 오빠가 미고랭을 만들어줬다.

한국 사람들 라면 먹는 것처럼,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즐겨먹는다는 미고랭.

오빠가 미고랭 만드는 동안 나는 와인을 준비!

친구들이 선물해준 캠핑용 와인잔이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미고랭에 넣을 새우와 관자.

저 관자는 어딜 넣어도 맛있고, 오빠가 좋아하는 건데

나도 그 맛에 반해 우리의 필수 재료가 되었다.

와인 안주가 필요할 것 같아 까망베르치즈와 와플도 준비했다.

마트에 가면 와플의 나라답게 와플이 종류별로 정말 많은데, 제일 와플같이 생긴 와플을 사왔다.

먹으면 담백하면서도 설탕이 씹히면서 달콤하다. 음..맛있다.

오빠의 해산물 미고랭.

정말 너무 맛있다. 일반 미고랭에 해산물까지 곁드니 너무너무 맛있다.

야채들도 냉동야채를 볶아서 넣은건데, 어떤 음식에 넣어도 맛있는 냉동식품이다.

다음날은 만두국을 했다.

한국에서부터 고이 모셔온 무장아찌와 같이 먹었다.

커텐도 달아야 하고 할게 참 많다.

여기는 깐마늘을 안판다.

마늘 잔뜩 사와서 한시간동안 마늘 까다가 마늘되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아시안마켓에서는 깐마늘을 팔길래 큰걸로 사와서 죄다 갈아버렸다.

집 앞 풍경 -

어느 날의 아침.

슬슬 정리하며 벽에 달력과 사진을 붙였다.

작년에 관미와 제주여행을 했었는데, 그 떄 관미가 선물해준 제주달력.

잊지 않고 고이 모셔와 여기에서 제주를 담았다. 그 옆에는 제주사진과 설악산 사진도 붙이고.

도착하고나서부터 대부분 날씨가 좋지 않았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아주 가끔 해가 뜨기는 했다.

한국은 무진장 춥다고, 영하 18도 정도까지 내려간걸로 알고 있었는데 여긴 고작 -1도 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너무너무 추웠다. 온돌이 아닌 라디에이터에 의존하려 하니 적응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인지 코감기는 나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빠가 갈비찜 해준다고 해서 핏물 빼는 중.

잡내를 없애기 위해 커피찌꺼기를 넣었다.

저녁으로는 간단히 퓨전볶음밥.

양파, 베이컨, 만두소를 다져서 파와 함께 볶았다.

김치도 넣고

냉동야채를 넣고 고추장, 케찹으로 맛을 냈다.

뭔맛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걍 먹을만 했던 듯.

오빠는 갈비찜 하는중! 한 일주일동안 먹었다지.

짜파게티가 생각나는 날엔 짜파게티.

아시안마켓에서 라면, 비빔면, 짜파게티를 많이 사왔다.

둥지냉면은 팔지 않는데 오빠가 독일인터넷마켓에서 잔뜩 사놓은게 남아있었다.

오빠가 없는 점심에는 이렇게 간단히 샌드위치를 해먹었다.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를 개고나니 하루가 다 간다.

어짜피 맨날 한식 먹을 거 아니니, 이런 음식에도 익숙해져야지.

좋아하긴 하지만 맨날 먹던 음식은 아니니까.

바질 라비올리. 라비올리는 작년에 유럽캠핑 하면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다.

토마토, 버터, 베이컨, 마늘을 다져서 준비하고

토마토와 토르텔리를 끓는 물에 넣었고,

토마토는 데치자마자 꺼내서 껍질을 벗겨 으깨서 볼로제네 소스와 섞었다.

버터를 녹여 다진마늘과 베이컨을 넣어 볶은 다음 소스를 넣은 후

익힌 라비올리를 넣어 섞으면 된다.

짜잔.

뭐 한것도 없는데 너무 맛있잖아..

저 접시는 중고마켓에서 사온건데 하나에 130원정도?

마음에 드는 접시 10개 고르면 1유로 였으니.

생활마켓 HEMA에 가서도 새 접시를 사고 스핏에서도 사왔는데

가격차이는 어마어마하지만 다를게 없다.

좋은거 사봤자 버리고 떠나야 하니, 앞으로도 비싼 돈 주고 접시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1월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28일에 루벤에 도착해서 4일간 먹은걸 보고 있으니 잘 먹은 것 같기도. (앞으로는 더 잘 먹지만)

2018년에 아줌마가 되어 이런 포스팅을 할 줄 누가 알았을까.


Source from http://gra-f.tistory.com/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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